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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Diary/역사 이야기

'콘스탄티노플의 최후'를 그린 작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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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십자군이 콘스탄티노폴리스를 함락시키는 순간(수정)

시오노 나나미라는 작가는 우리에겐 상당히 낯익은 사람입니다.적어도 교육받기 시작할 유년기즈음부터 학교나 학원등지 혹은 동료에게서 한번 이상은 들어 넘겼을 겁니다.
그런만큼 이 작가의 입지는 폭넓은 편이며 역사쪽으론 문외한이더라도 시오노 나나미가쓴 작품의 제목정도는 모르는이가 없을 정도이지요.'로마인이야기'가 가장 대표적이고,덕분에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사에 정통한 역사가로 일순 대우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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左 - 술탄 메메드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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右- 시오노 나나미


다만, 시오노 나나미의 제국주의적 사관이나 역사를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접근하려는 성격탓에 상당수 안티팬도 보유하고 있구요.이러나 저러나,이 작가가 유명한건 사실이고 '로마인 이야기'를 비롯 다수의 저작물이 유명세를 타고있는것도 주지의 사실입니다.하지만 저는 '로마인 이야기'는 읽지 않았습니다.읽을 기회도 없었거니와,읽을 엄두조차 안 나더군요.시리즈물처럼 여러편으로 나뉜 책의 방대한 양은 차마 제 손길이 거부했습니다.-_-;;

가장 최근에 읽어본 시오노 나나미의 책은 '콘스탄티노플 함락'입니다.1453년은 세계사적으로 잊혀지기 힘든 해입니다.천년역사의 동로마제국이 무너진 날이었으며,동시에 신흥제국 '오스만투르크'가 급부상한 해이기 때문이지요.술탄 메메드2세는 젊은나이에 입지전적의 공을 세웠고,오스만제국의 기틀위에 거대 영토를 확보합니다.그중 콘스탄티노플은 비록,영토는 작지만 명실상부 유럽의 방패였던 비잔티움의 마지막 보루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었죠.그 영토를 서유럽입장에선 동방의 미개인이었던 오스만투르크가 정복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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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3년 당시 콘스탄티노플 지도


비잔티움의 콘스탄티노플 상실은 여러면에서 서유럽인들에게 충격이었습니다.지리학적 특성상 비잔티움제국은 동방의 이민족이 서유럽으로 가는 중간길목에 위치해 있었습니다.비잔티움을 거치지 않고선,서유럽으로의 진출은 불가능했습니다.14~15세기 전후로 비잔티움은 제국이란 이름이 부끄러울만큼 쇠퇴했고,이미 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을 제외한 전 제국영토는 오스만투르크에 빼앗긴 상태였습니다.그래도 이들은 기존의 방패역활을 묵묵히 수행중이었습니다.평생은 계속될것 같던 이 방패가 오스만투르크라는 유목민족의 창끝에 산산조각난 겁니다.

콘스탄티노플의 상실은 동로마제국의 상실이요,멀게는 로마제국 2천년역사의 종지부였습니다.지상 최고의 제국에서 지중해군도지역 섬만큼이나 영토가 작아진채 서방의 원조라는 지푸라기같은 희망을 마지막까지 버리지 못한 불행한 콘스탄티노플 주민들은,그러나 그 희망이 채 꽃피우기전에 오스만투르크제국앞에 비참히 무릎꿇고 맙니다.종교통합까지 하면서 조국을 지키고자 했던 이들 모두 제국의 함락과 동시에 희망의 끈을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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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스탄티노플의 3중성벽(오스만투르크제국이 닥쳤을당시 해자는 물이 말라있었다)


물론 사가들에 의하면 그들 콘스탄티노플 주민들을 용맹히 싸웠습니다.몇천명의 병사를 간신히 꾸렸고,베네치아와 제네바 외 군소지역 군주들의 도움으로 병력보충이 가능했지만 몇십만명 오스만투르크제국앞엔 한낱 개미군단에 불과했습니다.더군다나 오스만투르크는 신형병기였던 우르반의 거포를 이용 콘스탄티노플의 견고한 3중성벽을 붕괴시키는데 성공합니다.콘스탄티노플이 숫적열세에도 서방국가들의 원조가 있기전까지 버틸 수 있을거라 착각한것도 바로 이 3중성벽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그런 성벽이 무너진겁니다.동로마제국의 쌍두독수리 국장이 끌려내리고 오스만투르크의 제국기가 올라갔을때,비잔티움인들은 깊은 상실감과 절망감에 휩싸였던것 같습니다.그들은 일순 전열히 흐트려졌고,메메드2세의 군대앞에 무참히 붕괴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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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의 기술자 우르반이 만든 거포


동로마제국의 마지막 황제였던 콘스탄티누스11세는 용맹히 적들앞에 달려나갔다고 합니다.제국을 구하고자 말도 안되는 전쟁을 치뤄내야만 했던 불행한 군주 콘스탄티누스.그는 동로마제국의 창건자인 콘스탄티누스와 같은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

콘스탄티노플의 함락을 그린 대부분 사서가 이런 전개입니다.시오노 나나미는 인물중심으로 극적전개를 보여줍니다.마치 판타지소설을 보는것 같습니다.손에 땀을 쥐게하는 전투씬이라던가,알길없는 유명인들.예를 들자면 메메드2세나 콘스탄티누스11세의 의중까지 파고듭니다.독자는 주인공들에게서 감정적인 동질감을 느낍니다..덕분에 콘스탄티노플이 무너지는 순간,대다수 독자들은 숨죽이고 깊은 탄식과 한숨을 내뱉습니다.이 책을 읽고 말미에 제가 느낀 감정도 같은 거였습니다."이런 못되먹은 오스만투르크인들 같으니라구!!" 이건,뭐..비잔티움을 사랑하는듯한 느낌마저 듭니다.하지만 오스만투르크제국의 메메드2세는 단순히 정복욕에만 눈이먼 비합리적인 군주로만 그려집니다.시오노 나나미가 오스만투르크보다 비잔티움에 비중을 둔 건 어쩔 수 없는 작가의 편력때문일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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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런치만'경이 쓴 '1453 콘스탄티노플 최후의 날'은 기본적으로 역사적 사실에 충실한 느낌입니다.적어도 과장되었거나 축소 요약된 인물설정은 없습니다.역사가 그러했으면,작가도 그러했노라고 담담히 말합니다.독자가 시오노 나나미에게서 열정을 느꼈다면 스티븐 런치만경에게선 역사가로서의 차분함을 느끼게 됩니다.저는 두 작가 모두 나름 지향점이 다르고,작가만의 고유영역이 있는만큼 스티븐 런치만을 편애할 생각은 없습니다.그렇다고 시오노 나나미를 사기꾼이라고 비난할 생각도 없구요.못해도 시오노 나나미가 없었으면 저는 콘스탄티노플도 몰랐을 거니와,비잔티움제국사엔 흥미조차 못 느꼈을 겁니다.시오노 나나미가 동기부여를 한거죠.저는 그런점에선 시오노 나나미선생을 좋아합니다.존경할정도는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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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런치만경(1903~2000)


여러가지로 비잔티움관련 서적이 많습니다.최근엔 '비잔티움 연대기'와 관련 일간지에 저자인 '존 줄리어스 노리치'와 인터뷰한 글도 실렸더군요.이 연대기는 저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조만간 읽게 될지도 모르겠지만...비잔티움제국 관련 역사서는 여러가지로 쉽게 읽히는것 같습니다.그렇다고 역사자체가 가벼운건 아닙니다.비잔티움제국이 1천년 역사동안 허송세월했을리 없잖겠습니까.로마제국역사중 가장 찬란했고 세계사를 품위있게 가꾼 일등공신은 바로 '비잔티움 제국'입니다.저는 그런점에서 비잔티움 제국사는 좀 더 연구해볼 가치가 크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