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 Diary/영화를 보고나서

아이온크래드, 존 왕의 치세를 엿보다.


영국
왕 존 왕의 치세는 영국 왕정의 실패작으로 치부됩니다.
존 왕이 이룬 대표적인 업적이 바로 마그나카르타, 대헌장입니다. 오죽 엉터리로 왕국을 경영했으면,
귀족들이 백성을 등에 업고 반기를 들었겠습니까? 왕권을 바닥까지 떨어트린 마그나카르타의 선포로 존이라는 이름은 더는 영국 왕정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는 수치스러운 이름으로 전락합니다.
아이온크래드는 영국 왕 존이 대헌장 서명과 동시에 권위와 영토를 잃은 후, 교황의 지지를 업고 덴마크 용병들을 소집하여 잃어버린 자기 영토를 다시금 회복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벌어진 참혹한 피의 역사를 그립니다. 하지만 로체스터[각주:1]라는 요충지에서 더 전진하지 못합니다. 이곳은 최후의 일전을 준비한 반정 세력들이 존 왕과 그 외 용병들의 공격을 막기 위해 죽기를 각오한 곳입니다. 영화는 반정 세력들의 캐릭터들에 심오한 의미를 부여하진 않습니다. 피로 점철된 싸움, 그리고 또 싸움을 보여줄 뿐입니다.

싸움은 신물이 날 정도로 잔혹합니다. 팔다리가 잘리고 피가 튀기는 장면들을 보노라면 슬래셔 무비가 따로 없겠다 싶을 정도이죠. 하지만 존 왕의 악인 연기는 인상 깊었습니다. 왕권은 자기 것이었노라고 토하듯 외치는 장면에선 비록 그가 악역임에도 카리스마가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템플 기사단의 일원으로 이 전투에 참가하여 존 왕과 치열하게 싸운 주인공 캐릭터 역시 싸움의 피로에 지친 어쩌면 불운한 배역을 멋지게 소화했습니다. 이 영화의 백미는 로체스터 성을 주 무대로 양측의 치열한 전투 속에 비친 인간군상들의 희로애락에 있습니다. 아무튼, 잔혹함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작품이지만, 또 그만큼 영국 역사의 부끄러운 한 축인 존 왕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룬 작품이란 점에서 역사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여담이지만 킹덤오브헤븐과 더불어 이 작품을 공성전을 실감나게 그린 작품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

 
  1. 로체스터는 실제 존재하고 있는 장소입니다. 여행기를 참조하세요. http://www.ukfrontiers.com/include/board_recall_read.asp?table=board_recall&id=948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