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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Diary/영화를 보고나서

본격 '가디언의 전설' 리뷰


본디 새를 좋아합니다.
멋도 모르던 유년기, 학교 앞 병아리 팔던 아주머니가 나타나면 늘 한달음에 달려가서는 병아리를 만지작거리곤 했지요.
그리고 한푼 두푼 모아둔 동전으로 병아리 두 마리를 사 들고 집에 쏜살같이 달려올 때의 기쁨이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그때 내 친구였던 "삐돌이"와 "삐순이", 그리고 "뽀약이"는 이제 제 곁에 없지만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 한 편에 남아 있습니다.

저는 언젠가는 동물 사육사가 되는 게 꿈이었습니다.
새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이 그저 사랑스럽기만 했습니다. 지나가던 길에 마주치게 되는 비둘기나 까치를 볼 때면,
가던 길을 멈추고 녀석들을 관찰하며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웠기 때문이죠.
그래서일까요? 제가 앵무목 중의 하나인 '사자나미' 머루를 키우게 된 건 어쩌면 당연한 순서였을 겁니다.
이제 곧 다래까지 집에 오면 집 안이 왁자지껄하겠지요.


가디언의 전설을 애플 트레일러 웹 사이트에서 최초로 보고 난 이후에,
이 작품의 개봉일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감독이 잭 스나이더이거나, 제작진이 300이어서라기보다,
'해피피트'로 창조해낸 섬세한 동물 CG의 재림을 또 한 번 극장에서 목도할 수 있다는 기쁨이 컸습니다.
무엇보다 동물 중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를 소재로 한 작품은 언제든 대환영입니다.
개봉 첫날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토요일 아침 조조로 이 작품을 관람하고 왔습니다. 관람인원은 극장 상영관의 절반 못 미치더군요.
시작하기 맞바로 전에 도착해서인지 정신을 좀 가다듬고 자리에 앉으니 웬 올빼미 몇 마리가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입에선 절로 탄성이 나왔습니다. "털 한올 한올이 살아 있어~!"

마치 눈앞에 있는 것처럼 올빼미들이 살아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못내 아쉬움 하나 생기더군요.
이 작품은 본격 3D 영화였습니다. 감독이 의도했던,
제작진이 사전에 염두에 뒀든 간에 물방울과 불꽃들의 장렬한 장면들은 3D 입체 상영으로,
보아야만 느낌이 100퍼센트 살 것이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물론 작품을 기술력과 영상미로만 판단한다면 세상에 명작 영화가 수두룩하겠지요.
'가디언의 전설'은 이 부분에서만큼은 큰 점수를 받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CG는 그 어떤 CG 영화에서 보던 영상보다 빼어나게 잘 나왔습니다.
연출 역시 300 감독답게 훌륭했고요. 하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입니다. 영상 때문에 관객이 이야기에 집중할 여력이 없습니다.
영상이 원작 소설인 '가디언의 전설'의 나름 괜찮았던 스토리마저 깎아내릴 만큼 무게가 무거웠다는 거죠.
마치 300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올빼미 액션 장면 다수에서 300의 그것과 닮은 여러 장면이 연속되면서 왠지 모를 기시감에 사로잡혔습니다.
아, 그리고 이 작품은 표면상 잭 스나이더의 300 제작진이 제작한 거지만,
실제론 '해피피트' 제작진의 돋보이는 기술력이 '가디언의 전설'의 훌륭한 CG를 만들어 냈습니다.
새로운 이야기와 소소한 재미, 그리고 어디서도 보지 못한 놀라운 펭귄 CG로 감동을 자아냈던 전작에 비해,
'가디언의 전설'은 원작이라는 굴레와 감독의 영상 우월주의 앞에 과도한 멋만 부린 채 끝을 맺고 맙니다.

가디언의 전설은 후속작을 예견합니다.
제 주관적인 입장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감독을 꼭 교체하라는 겁니다. 뭐, 제가 말한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겠지만 말이죠.
'가디언의 전설' 속 올빼미는 제 혼을 쏙 빼놓을 만큼 멋지고 사랑스러웠지만,
이야기 면에선 감독의 흉을 조금 봐야겠습니다. 이런 멋진 소재로 이 정도까지 밖에 안 되다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