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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Diary/영화를 보고나서

로빈 후드, 스콧식 해석

리들리 스콧이 만들어 낸 로빈 후드는 상당히 건방진 인간입니다.
적어도 이 영화 '로빈 후드'만 놓고 보아선 그렇다는 거죠. 영국인에겐 전설적인 인물이고,
세계 모든 어린이가 추앙해 마지않는 영웅 중의 영웅이지만, 스콧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로빈 후드에 접근했습니다.
하지만, 건드려도 너무 미적지근하게 접근했습니다. 의적을 행하기 이전의 모습을 그렸다는 점에서,
프리퀄과 비슷한 격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그렇기에 로빈 후드보다는 영국정세와 귀족 가문 간의 암약에 치우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목을 로빈 후드로 가져다 붙였으면 적어도 로빈 후드가 어떤 캐릭터인지 감독은 명확히 선을 그어야 했습니다.
중심 얼개는 로빈 후드가 분명했지만, 관객은 로빈 후드라는 한 인간을 알기도 전에 정쟁과 전쟁의 한 복판을 목격해야 했습니다.


정통 사극이란 점에서, 그리고 사자왕 리처드의 십자군 원정 시절의 역사를 배운다는 점에서 교육적인 가치가 큰 작품이지만,
우리는 로빈 후드가 조금 더 고상한 목적을 갖고 극 중에 부상할 것을 기대했습니다. 전쟁 영웅 로빈 후드가 아니고 말이죠.
스콧의 십자군 영웅은 '킹덤 오브 헤븐'에서 충분히 목적을 달성하지 않았던가요?
균형 잡힌 시각에서 살라딘을 조명함으로써 스콧의 종교에 대한 포용력과 이해심을 충분히 이해한 작품이 '킹덤 오브 헤븐'이었습니다.
하지만 '로빈 후드'는 어정쩡하네요.
배우들의 감칠 맛 나는 연기와 고증에 고증을 거친 역사 속 명소를 지켜본다는 측면에선 환영할만한 작품이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