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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Diary/잡동사니

혼자서 밥 먹으면 이상한걸까?


 이웃나라 일본만 하더라도 혼자 밥 먹는 문화가 익숙합니다. 1인을 위한 메뉴와 좌석배치까지 혼자 밥 먹는 사람을 배려한 흔적이 엿보이죠. 물론 일부로 그런 것이 아니라 원래 일본 문화 자체가 나 외 타인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요. 한국땅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또한 혼자서 밥 먹는 걸 즐기는 1인으로서 가끔 힘겨운 벽에 부딪히곤 합니다. 본디 우리 한국은 '끼리끼리' 문화가 발달해 있습니다.

 물론 다른 나라에도 '인맥'이니 '학연'이니 하는 지연이 횡행하고 있지만, 우리네처럼 철저하게 일상생활까지 연줄이 맞닿아 있는 동네는 흔치 않을 겁니다. 그러다 보니 혼자 밥 먹는 사람을 보거나, 나 자신이 혼자 밥 먹는 처지가 되면 왠지 뭐랄까 '외롭다' 거나 '소외된 느낌' 때문에 한량스럽기도 하지요. '나'는 그렇게 생각지도 않는데 다른 사람이 '나'를 이상하게 평가할까 봐 두려운 겁니다.

 특히 아는 사람이 내가 혼자 밥 먹는 모습을 보곤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나를 외톨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마저 듭니다. 가장 먼저 '부끄러움'이 앞서고요. 될 수 있으면 불가피하게 점심때를 피해서 밥을 먹거나, 아예 점심을 먹지 않는 일도 생깁니다. 설령 내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이 '나'를 이상한 사람 쳐다보듯 하는 게 우리네 인식입니다.

 정신병리학적인 문제로 치부하기엔 우리네 한국의 문화성에 문제가 있지 않나 판단됩니다. 개개인이 스스로 의식을 바꾸지 않는 한, '혼자서 밥을 먹는다.'라는 행위는 이 사회에선 두고두고 용납될 수 없는 일이 될 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일본이 부럽습니다. 맹목적으로 일본의 단면만을 보고 좋다고 하는 게 아니라, 일본의 '개인주의' 적인 문화가 내심 부럽다는 겁니다. 일본의 그런 문화가 너무 삭막한 게 아니냐고 혀를 찰 수도 있겠으나, 남의 일에 간섭하지 않고 내가 '당당히' 거리를 활보해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문화가 부럽다는 겁니다.

 사야까님은 블로그에서 한국 사람들이 '친구들과 밥을 먹는' 것을 좋게 보셨지만,
그 밥을 같이 먹는 일이 진정 '같이' 먹고 싶어서 먹는 것인지. 아니면 남을 '의식'해서 어쩔 수 없이 끼리끼리 밥을 먹는 것인지. 아마도 후자 쪽이 더 설득력 있지 않나요?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혼자서 밥 먹는 게 그렇게 부끄러워?' 기사를 읽고 문득 투고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혼자서 밥 먹는 건 나쁜 게 아닙니다. 식당에서 좌석배치를 바꾸던가, 1인 손님을 위해 메뉴판을 고치던가, 소소하지만 이제 바뀔 건 바뀌어야 합니다. 당당한 1인을 외로운 1인으로 내버려 둘 때에 이 사회도 결코 성숙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