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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Diary/영화를 보고나서

미야자키 아오이,이준기「첫눈(初雪の戀)」



촌스럽지만 괜찮아
- 그래. 첫 느낌은 그랬어. 솔직히 남자로서 이준기 보려고 이 영화 선택한 건 아니잖아. 난 미야자키 아오이가 나오지 않았으면 이 작품 거들떠도 안 봤을 거라고. 그런데 이준기가 맡은 배역. 뜻밖에 괜찮은 캐릭터란 말이야. 그런데 다른 건 다 좋은데 말이지. 너무 물린 이야기 구도라고 생각하지 않아? 캐릭터들이 한 마디 한 마디 내뱉는 대사가 왠지 닭살 서러운 게…. 그…. 좀 아니더라. 그래도 민군이랑 나나에가 서로 좋아하는 감정은 두 배우가 연기를 잘해서 그런지 이해가 가더라. 나도 저런 로맨스 한번 해보고 싶다~라구나 할까. 뭐…. 그런 기분이 들더라고.

극 중 나나에가 그린 그림처럼 예쁘기만 한 일본
- 나는 교토가 이렇게 예쁜 곳인 줄 처음 알았어. 사극 보면 항상 나오는 곳이긴 한데. 천황가가 오랫동안 살았던 곳이잖아. 우리로 치면은 경주 같은 곳이고. 고찰들이 참 많은 거 같아.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교토를 알리는 일등공신이 되지 않을까. 특히 골목골목 말 그대로 '안내'하는 장면. 그…. 있잖아. 나나에랑 민군이 학교 수업도중에 나와서 데이트하는 장면. 민군. 이 녀석은 일본은 처음이라면서 교토 구석구석을 훤히 꿰뚫고 있는 거야. 나나에를 위해서 미리 데이트 코스를 익혀둔 건가. 으음…. 역시 사랑의 힘은 대단한 거로군. 그런데 나라도 그럴 거 같아. 민군처럼 내 곁에 나나에 같은 여자 아이가 있었다면.

화면에만 신경 쓴 흔적
- 하지만 'Yokoso Kyoto'에는 딱 들어맞는 화면 구도이긴 한데. 왜 감독은 사랑 이야기를 전하면서 극 중 사랑 이야기는 왜 이리 노끈처럼 허술한 거야. 더더군다나 사랑을 위한 장치가 너무 허술해. 화면에만 집착하려니까 정작 보여줘야 할 무언가를 놓친 듯한 기분이야. 그리고 전개가 빠른 것인지 이야기가 허술한 건지 모르겠어도. 둘 사이에 애정 모드가 너무 빨리 찾아온 건 아닐까 싶어. 화면은 정말 예쁘고 참 좋아. 말 그대로 이 영화 보고 나면 교토에 찾아가서 첫눈을 맞이하고 싶은 기분이랄까. 아니 아니. 극 중 나나에와 민군처럼 비라도 맞고 싶은 심정인걸. 그런데. 다 좋은데 말이야. 적어도 감독은 관객이 납득할만한 사랑을 그려줘야 하지 않았을까. 나나에와 민군이 만나고 헤어지는 장면 하나하나가 감독의 의도대로 딱딱 들어맞아 주는 것도 지나치게 억지스러워. 보여주는 것에 신경 쓴 건 좋은데. 극 중 캐릭터들에도 조금 더 신경 좀 써 줬더라면.



귀여운 전반전, 멍청한 후반전

- 정확히 1시간까지는 좋았어. 그런데 문제는 마지막 30분이야. 전반전은 길었지만 정말 흥미롭게 잘 봤어. 예쁜 화면도 많이 나오고. 더군다나 민군과 나나에가 알콩달콩 사랑을 나누는 장면도 참 흐뭇했고. 뭐, 앞에도 얘기했던 것처럼 둘 사이의 만남과 헤어짐에 깊은 인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몰입하다 보니 캐릭터들 심정은 이해 가더라. 하지만, 마지막에 한국으로 넘어가면서 영화는 비틀거린 거 같아. 왠지 덕수궁 돌담길 보여주려고 억지로 집어넣은 설정 같더라고. 더군다나 나나에가 한국에서 민군을 만나는 장면도 솔직히 수긍이 가지가 않아. 세상에 이런 우연한 일치가 어디 있느냐고. 어쩔 수 없이 관객은 전반전에 예고했던 대로 덕수궁 돌담길로 이끌린 거야. 관객은 예상하지. '언젠가는 나나에가 민군과 이 돌담길에서 만나겠구나'…. 하면서. 후반전은 그냥 막 기분 나빠. 민군이라는 캐릭터가 전반전에는 귀여운 배역이었는데. 후반전에 가서는. 그것도 본국인 한국에 와서는 너무 못되게 구는 거야. 왠지 기운 빠지더라. 교토와 고베에서 보여줄 건 다 보여줬는지. 한국에선 카메라도 힘에 부치는 거 같아.

뜬금없는 만남과 해후의 연속
- 정말…. 관객이 예상했던 대로 흘러가더라고. 마치…. 쌍팔년도 로맨스 극을 21세기식 예쁜 화면으로 리메이크된 걸 본 기분이야. 요새도 이런 사랑하는 커플이 정말 있을까. 말 그대로 현해탄을 오가는 사랑 이야기인데. 감독은 조금 더 극적으로 두 캐릭터를 살려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한국과 일본에서 명망 있는 배우를 불러다 놓고 어울리지 않는 억지스러운 이야기를 주입한 건 아닐까. 캐릭터에 개성이 없다는 것도 참 아쉬워. 왠지 캐릭터가 밋밋하니까 둘 사이의 사랑 구도가 팥소 없는 찐빵처럼 허전해.

의도한 결말로 향하는 예정된 사랑 이야기
- 전반전은 좋았어. 하지만…. 마지막이 별로야. 아아…. 그래. 난 미야자키 아오이 보려고 이걸 본 거였지. 아 물론. 이준기 팬은 이준기 보려고 이 영화를 선택했겠지. 이 두 배우 빼고 보라면. 사실. 솔직히 '첫눈'은 그다지 큰 매력 없는 사랑 이야기야. 예쁜 화면은 참 좋은데 말이야. 극 중 내내 보이는 예쁜 화면이 두 캐릭터 간의 못난 이야기를 상쇄하고도 남아…. ㅋㅋ. 아무튼. 교토에는 한번 가보고 싶다.



※ 본 투고는 바른 한국어 맞춤법/문법을 지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