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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Diary/영화를 보고나서

그 시절을 돌려줘~「소년 메리켄사쿠」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정치가나 연예인도 몇 십년이 흐르면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법.
 아름답던 벚꽃도 언젠가는 지는 법이죠.
 여기, 뒤죽박죽이었지만 그래도 그 때가 좋았다고 추억하는 한 록 밴드가 있습니다.
 이름하여 소년메리켄사쿠. 그리고 그들의 25년전 활동 장면을 찍은 인터넷 동영상에 혹 가서 캐스팅하려고 기를 쓰는 한 소녀가 있습니다. 그녀의 이름, 칸나.

 하지만 세월은 불혹의 소년 록 밴드를 중년의 아저씨로 바꾸게 하는 데 충분했고,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소년메리켄사쿠의 현재 모습에 칸나는 실망하고 맙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사장님께는 한사코 그들을 캐스팅하고야 말겠다고 호언장담한 직후인걸요. 칸나 입장에서는 소년메리칸사쿠가 설마 25년전의 록 밴드였다는 걸 알 턱이 없었겠죠. 그저 계약직 사원을 탈피 할 수 있다는 희망에 들떳던 자신이 한탄스러울 뿐입니다. 결국, 칸나는 울며겨자먹기로 25년전 멤버들을 규합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시작부터 만만치가 않습니다. 선 하나 잘못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냉기류가 멤버들 사이에 또아리를 트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주축 멤버라고 할 수 있는 형제간에는 기싸움도 여전합니다. 25년전이나 지금이나 성깔 하나만큼은 변한게 하나도 없다는 듯. 과연 칸나는 그들을 이끌고 성공적으로 전국투어까지 마칠 수 있을까요?



 칸나역의 미야자키 아오이의 변신은 늘 새롭고 놀랍습니다. 특히 본 작품을 찍던 당시에는 미야자키 아오이 본인도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던 중이었습니다. NHK에서 '아츠히메'를 연기중에 있었고 CM등 몸이 두개라도 부족할 지경이었죠. 그럼에도 약간은 부담스러웠을 '소년메리켄사쿠'에서의 역할을 거뜬히 소화해 냈습니다. 캐릭터의 성격도, 그리고 말투조차 180도 다른 배역을 이리도 잘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요.

 칸나는 야무지고 기가 쎄지만 마음도 여린 커리어 우먼입니다. 귀여운 외모에 동안의 얼굴을 가진 덕분에 사뭇 여려보이기까지 해도, '아츠히메'의 그것보다는 이 쪽의 '칸나'가 도리어 미야자키 아오이 본인 성격과 가장 비슷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물론 '아츠히메'에서도 당당한 쇼군 부인(미다이도코로[각주:1])역을 맡아 요 근래 사극에서 보기 힘든 멋진 여성상을 잘 소화했지만요. 늘 변신의 중심에 섰던 그녀가 희대의 멋쟁이 쿠도 칸쿠로를 만난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쿠도 칸쿠로는 일본에서 꽤나 유명인사입니다. 유명 배우는 아니어도, 조연으로 몇몇 작품에 등장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도 가장 유명한 분야는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전적이겠지요. 히트 제조기라 불리어도 좋을만큼 그의 손을 거쳐간 작품들은 많은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원래 필자는 펑크 락에 문외한인지라 애초에 쿠도 칸쿠로에 대해 믿음이 있었음에도 '소년메리켄사쿠'는 감히 건드리지 못 했습니다. 순전히 배우 면면만 보고 선택하게 된 동기가 큰 계기가 되었죠. 겸사겸사 쿠도 칸쿠로의 작품을 하나 더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랄까요. 저는 작품을 볼 때 늘 먼저 어떤 배우가 등장하는 지 배역부터 찾습니다. 좋아하는 배우가 등장하면 만사 오케이인 겁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도 같은 생각이겠죠? 평론가가 아닌 바에야 평이 좋은 작품만 궂이 찾아 볼 필요가 없습니다. 허허. 그건 너무 피곤해요. 그렇지만 쿠도 칸쿠로라는 이름은 작품 선택 기준의 두번째 랭크에 올려도 좋을 만큼 매력적인 겁니다. '유성의 인연'을 통해 토다 에리카를 알게 되었고, '미래강사 메구루'를 통해 후카다 쿄코라는 멋진 배우를 알게 해 줬거든요. 그 덕분에 '아츠히메'와는 다른 미야자키 아오이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쿠도 칸쿠로에게 감사하고 있답니다.꾸벅.



 놀랍고 귀가 번뜩일만한 재미를 갖추었다기 보다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 묻어있는 작품입니다. 예전의 쿠도 칸쿠로가 그렸던 작품 세계관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이것도 그만의 새로운 변신이려니 생각하면 쉽게 수긍이 갑니다. 특히 이런 형식의 로드무비에 거창한 무언가를 요구하는것도 참 우스운 일입니다. 배우들의 개성강한 마스크를 솔직담백한 대사로 말끔히 소화시긴 공로는 '소년메리켄사쿠'라는 독특한 아이템에 있습니다. 펑크 락이라는 소재는 이쪽에 무관심한 관객에게 심드렁한 소재가 될 수도 있는 독과 같은 아이템입니다. 하지만 '소년메리켄사쿠'는 본격 음악 영화가 아닙니다. 인간이 성장하고 배우는 이야기죠. 그리고 그 중심에 '소년메리켄사쿠'의 주축 멤버들과 매니저 칸나가 있습니다. 이들의 알콩달콩 삶과의 전쟁을 솔직담백한 시선으로 보여준 것만으로도 작품은 절반의 성공을 거둔겁니다. 다만!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너무 짧은 시간안에 배우들의 성장기를 그리려다 보니 무언가 놓치고 지나간 것 같다는 아쉬움이랄까요. 그거 빼고는 없습니다. 아쉬움도 미련도. 그리고 불만도.

  1. 에도 바쿠후(막부)시대 쇼군의 정실 부인으로서 오오쿠를 통솔 및 지휘했던 여인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