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을 통해 우리 사극에도 여풍이 부는 요즘,
일본도 몇 해 전 '아츠히메'라고 불리는 한 여성의 삶을 조명한 사극이 인기리에 방영된 바 있습니다. 바쿠후 말부터 메이지 시대를 아우르는 격변의 시기를 거의 홀몸이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꿋꿋이 이겨내고 당차게 나아간 여성이 바로 텐쇼인 아츠히메입니다.
NHK 대하드라마 역사상 최연소 주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미야자키 아오이가 텐쇼인 아츠히메를 맡아 열연을 펼쳤습니다. 가장 인상깊은 장면이 눈물 흘리는 장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극 중 텐쇼인이 눈물 흘리는 장면이 참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최종회인 50화에서도 마찬가지였죠.
어린 나이에 정사를 다루던 최고의 직책인 쇼군의 정실 부인(미다이도코로)이 되어 국모가 되었지만,
남편 도쿠가와 이에사다를 일찍 여위고 텐쇼인을 어머니처럼 따라 모셨던 그다음 쇼군인 이에모치까지 떠나보내면서 갖은 시련과 고통을 겪게 됩니다. 특히 에도성을 포기하고 내쫓기다시피 성 밖을 전전하는 삶이 이어질수록 외로움은 커지기만 했지요. 가족과 친지, 그리고 오랜 벗과 기약할 수 없는 이별을 하면서 그 고통은 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텐쇼인은 나라를 생각하는 국모로서의 마음가짐을 여전히 잃지 않은 채 일본의 정사를 걱정하고 미래의 안위를 생각했습니다. 그녀의 고향이자 메이지 정부의 근간이 된 사츠마 지방은 일본에서도 남쪽 끝에 자리한 멀리 떨어진 곳입니다. 수도 에도와는 따질 수 없을 만큼 먼 거리이죠. 텐쇼인은 늘 고향을 마음속에 잃지 않은 채 일본을 위해 온 힘을 다했습니다. 몇 번이나 고향에 돌아갈 기회가 있었지만, 출가외인으로서 도쿠가와 가문의 존속을 위해 자기 한 몸을 바쳤습니다. 나라의 안위와 가문의 종속, 그리고 한 남자의 아내와 어머니로서 한 시대를 헤쳐나간 여성의 삶은 '아츠히메'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힘이 되었습니다.

눈물샘을 자극했던 장면



50화에 이르는 긴 방영 기간에 시청률에 굴곡 없이 열도를 웃고 울렸던 힘은 미야자키 아오이를 비롯한 각 주·조연 배우들의 옴 힘을 기울인 연기에 기인하지 않았나 싶은데요. 드라마를 다 보고 난 후에는 원작 소설인 '텐쇼인 아츠히메'를 읽고 싶어지더군요. 물론 국내 출간된 번역본은 없지만 말입니다. 부족한 일본어 실력이지만 원작을 꼭 한번 읽어보아야 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드라마를 통해 우리에겐 익숙한 단어인 '명치유신', 즉 메이지 유신의 전후 사정과 역사적 배경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한 시대를 아우른 한 여성의 굴곡지지만 당당한 삶을 통해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와 지혜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지나갔을 일본 역사의 한 부분이지만, 이 기회가 계기가 되어 조금 더 일본에 대해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아츠히메' 제작진과 NHK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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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아츠히메는 주인공인 텐쇼인 아츠히메의 파란만장한 바쿠후 말의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본가의 양녀로 들어가 다시 쇼군의 미다이도코로가 되어 에도에 입성하는 등 그 나이에
감당할 수 없을 것 것만 같은 갖은 시련을 이겨낸 여성입니다.
드라마의 중심축이 아츠히메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첫회부터 마지막회까지 아츠히메와 맺어질 수 없는 슬픈 사랑을 하는 코마츠 타테와키[각주:1]의 삶도 이 드라마의 백미입니다. 아름답지만 결코 다가설 수 없는 둘의 사랑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지요.

코마츠 타테와키



하지만, 실상은 드라마 속의 코마츠 타테와키와 다른 점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드라마 아츠히메에서 코마츠 타테와키가 텐쇼인과 도쿠가와 가문을 어떻게해서든 살려내겠다고 공언하는 부분입니다. 아츠히메와는 역사적으로 연계점이 전혀 없어서 코마츠 타테와키가 텐쇼인을 걱정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그리는 것처럼 코마츠 타테와키가 도쿠가와를 존속시키려고 한 건 아닌 거 같습니다. 시바 료타로[각주:2]가 저술한 '신센구미 혈풍록'에 따르면 코마츠 타테와키(혹은 고마쓰 다테와키)는 사츠마(사쓰마)의 중신으로서 대표적인 토막파, 즉 바쿠후를 토벌하려는 세력 중의 하나였습니다.
더욱이 당시 사츠마 중신들 대다수가 바쿠후를 지지하는 성향이 강했던데 반해,
코마츠 타테와키는 도리어 에도를 향한 출병을 위해 다른 중신들을 설득했다고 합니다.
영주였던 히마즈 히사미쓰가 공무합체론에 무게를 두어 사이고와 오쿠보 등의 바쿠후 공격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과는 사뭇 대조적입니다. 드라마에서 사이고, 오쿠보와 거리를 두고 바쿠후에 온정적인 자세를 견지했던 코마츠 타테와키는 실제 역사에서는 바쿠후 공격에 열성적이었던 셈이죠.

드라마에서 사이고에 대한 접근법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유신 세력들에 대한 평가는 작금의 일본 사학계에 있어서 칭송되고 있는 부분이 적지 않은 이유는 현재 일본의 근간이 된 그들에 대한 안 좋은 평가는 누워서 침 뱉기 격이 될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사이고와 코마츠의 첫 만남은 한 일화로 유명합니다. 사이고는 신분이 미천했지만 자기보다 일곱 살이나 아래인 코마츠 타테와키를 시험해 보겠다는 요량에 일부러 방에 누워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그를 보고 코마츠는 도리어 화를 내기는커녕 사이고를 위해 베개를 가져올 것을 명했습니다. 크게 감동한 사이고는 코마츠 타테와키에게 자세를 바로잡고 충성을 맹세했다고 하지요. 이 둘의 첫 만남은 대하드라마 '아츠히메'에서는 잘 묘사되어 있지 않습니다.

텐쇼인 아츠히메 역을 맡은 미야자키 아오이


 

아무튼, 실제 역사와 드라마 사이에는 당연히 틈새가 존재합니다. 특히 우리에겐 민감한 메이지 유신이라면 더더군다나 말이죠. '아츠히메'가 메이지 유신을 본격적으로 그렸다기보다는 바쿠후 내부의 오오쿠에 접근한 작품이기 때문에 정한론이니 조선침략설이니 하는 이야기는 극 중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아츠히메는 정한론과는 무관한 인물이기도 하니까요.


참고자료: 시바 료타로 저. 신센구미 혈풍록
              일본 위키피디아 '코마츠 키요카도'에 대해
             (http://ja.wikipedia.org/wiki/%E5%B0%8F%E6%9D%BE%E6%B8%85%E5%BB%89)

  1. 코마츠 가문에 양자로 들어갈 때, 小松帯刀(코마츠 키요카도) 로 개명. 일반적으로 코마츠 타테와키라고 불립니다. [본문으로]
  2. 나오키 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역사 장편소설 작가. 주로 일본사의 전환기적 사건들에 관심을 집중하면서, 그 사이에 명멸해간 수많은 역사적 인물들을 조명하는 작품들을 발표해왔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료마가 간다'와 '올빼미의 성' 등이 있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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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지막을 향해 단 1화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49화에서는 겨우 목숨을 부지한 마지막 쇼군 도쿠가와 요시노부의 히토츠바시 저택에 임시 거처를 마련한 텐쇼인 아츠히메에게 절친한 옛 소꿉친구 코마츠 타테와키가 찾아옵니다.
타테와키는 가엾은 텐쇼인 앞에 고개를 떨어트리고 죄를 용서하지만,
텐쇼인은 도리어 타테와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데요. 둘 사이에 격의 없는 대화가 이어집니다.
물론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말이죠.
또 만날 수 있느냐는 텐쇼인의 물음에 코마츠 타테와키는 곤란해 하며 곧 사츠마로 돌아갈 것이라고 합니다. 텐쇼인은 에도성에서 히토츠바시 저택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소중한 가신들을 떠나보냈습니다. 그래서 텐쇼인은 쓸쓸함의 눈물을 흘리는데요. 소중한 벗 코마츠 타테와키는 텐쇼인에게 애써 차분한 말투로 길이 남을 명언을 남깁니다.

사람은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만날 날의 기쁨을 위해서
한 때
잠깐 헤어지는 것일 뿐입니다


텐쇼인은 코마츠 타테와키의 말에 감동의 눈물을 흘립니다.

그렇군요
저희도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눈물 흘리는 장면이 참 많았죠.
특히 미야자키 아오이 분의 텐쇼인 역은 슬프지만 늘 애써 침착함과 용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심어 준 자상한 오오미다이도코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실제 나오고로와 아츠히메가 사츠마에서 같은 해에 태어난 동년배인 것은 사실이지만,
나오고로(훗날 코마츠 타테와키)가 아츠히메를 사모하고 있었는지는 불확실하다고 합니다.
사츠마 지방 출신의 동년배가 격변의 바쿠후[각주:1] 말 시기를 동시대에 같이 보냈으니,
허구를 가미한 것이겠지요. 하지만, 얼토당토않다기 보다는 실제 이런 사랑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얼핏 들었습니다. 사극 아츠히메의 백미가 바로 이 둘의 관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니까요.

  1. 막부의 일본어 발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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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kariere.tistory.com BlogIcon kariere 2009.12.20 04:16 신고

    재미있네요.^^
    고마츠가 아츠히메를 정말 사랑했는지는 본인들만 알겠죠.
    잘 읽고갑니다.

    • Favicon of http://plakia.tistory.com BlogIcon 곰단지 2009.12.20 13:27 신고

      둘 사이에 무언가 좀 더 있었으면 했는데. 좀 아쉬웠어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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