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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yage Diary/터키여행(2008年)

터키여행기, 2월 7일 (2월 5일 ~ 2월 20일)

2008년 2월 7일


싱글룸에 묵었지만 더블룸인지 트윈룸인지,침대 두개짜리 방을 나 혼자 독차지했다.뭐~덕분에 여유공간도 생겼고 무엇보다 방안에 욕실이 베리 굿!물론 온수도 잘 되지만 단점은 난방이 1%부족한것!침대 머리맡에 놓여있는 라디에이터가 방보다 크기가 작아 밤새 따뜻한 걸 못 느꼈다.그래도 이 녀석이 빨래 말릴때엔 나름 써먹을만하다.ㅎㅎ

오늘은 7시에 일어났다.응접실에는 인터넷이 가능한 PC가 1대 있는데 한글인터넷도 가능하다.한국인이 많이 묵는 숙소답게 PC에도 한글이 설치되어 있고 속도도 잘 나온다.집의 여동생한테 이메일을 부친 뒤 지인들에게 안부메시지도 간단히 남겼다.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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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날과 둘째날 머물렀던 튤립게스트하우스 싱글룸(욕실겸용-25유로)


8시 30분경에 아침이 준비되었다.아침식사를 하면서 카파도키아에서 온 여성 배낭여행자 두분과 이런저런 얘기도 나눴다.숙소의 배낭여행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유일한 시간이 바로 아침식사시간이다.가끔 숙소주인인 터키친구가 장난이라도 칠때면 분위기는 화기애애해 진다.
나는 그분들에게서 카파도키아에 대한 토막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체크아웃까지 시간이 남아 식사를 마치고 침대서 뒹굴거리고 있는데,누군가 방문을 똑똑 두들긴다.튤립게스트하우스의 주인인 엠레(메틴?)였다.체크아웃 얘기를 하는걸로 봐선 시간을 앞당겨달라는 것 같았다.

밖의 응접실에는 다른 한국인 배낭여행자팀이 짐을 풀고 있었다.좀 일찍 이스탄불에 도착한 모양이다.그분들이 아마도 내 방을 체크인하려는것 같은데,좀 일렀지만 알겠다고 하고 짐을 쌌다.어차피 사프란볼루에 가기전의 마지막 이스탄불 일정이기 때문에 빨리 움직이는게 좋을 거라 생각되었다.체크아웃때 메틴(엠레?햇갈린다)이 오늘 밤 어디로 가냐고 묻는다.사프란볼루 얘기를 했더니 여행사를 소개해주면서 자기 명함을 보여주란다.난 고맙다고 말하고 짐을 게스트하우스 지하 창고에 모셔둔 뒤 밖으로 나왔다.건물 지하엔 공동으로 쓰는 화장실과 욕실이 있는데 여행자들의 가방을 보관하는 창고도 겸하고 있다.

소개받은 여행사는 자스민투어라는 여행사였고 한국식당 '서울정'옆에 있다.물론,숙소에서도 지근거리에 있다.여기서 사프란볼루로 가는 '사프란'사의 버스를 30리라에 예매했다.터키에서는 직접 오토가르(터미널)에서 버스를 예매하는 방법과 시내 버스사무소나 여행사에서 버스를 예매하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내가 예매했던 여행사는 버스터미널인 오토가르까지 무료픽업서비스를 해 준단다.

자,그럼 본격적인 투어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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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모스크(술타아흐멧 자미)


일단,오전 일정은 아야(성)소피아 성당과 마주하고 있는 블루모스크 관람이다.
블루모스크는 현재도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중인데,그렇기때문에 입장료가 없고 하루 다섯번의 기도시간외에 자미내부를 방문객에게 개방한다.마침 내가 방문한 시간이 기도시간이라 이스탄불에는 이슬람 경전을 외는 소리가 곳곳에서 울려퍼지고 있었다.아쉽지만 사진만 줄기차게 찍었다.재밌는 건 터키 사람들은 관광객으로 보이면 무조건 말부터 걸고 본다.여기서도 내게 몇몇 터키인들이 관심있게 영어로 말을 걸어왔지만 도통 못알아들을 회화를 구사하는 친구들이라,조용히 무시하고 사진만 찍기로 했다.어림짐작컨데 기도시간이라 입장할 수 없으니 다른데를 보러가자고 말한것 같다.동양인 여자 배낭여행자들한테 치근덕댄다는 소문은 많이 들었지만 남자가 남자한테 받는 과도한 친절은 되레 의심만 간다.(-_-)

여기서 터키여성 두명과 남성 한명으로 된 일단의 일행을 만났는데 남자가 여자 두명 사이에 날 세워놓고 사진을 찍고 싶단다.난 혼쾌히 허락했고 내 카메라에도 두 터키 여성분과 함께 찍은 사진을 담았다.터키 현지인과 찍은(그것도 여자!) 큰 수확이지만 사진속 내가 마치 꿔다논 보리짝마냥 바보같이 나왔다.게다가 그 터키남자가 손이 시렸던지 카메라가 흔들려 버렸다.에구구.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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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입구다.여기도 경찰이 대기중.들어갈때는 신발을 벗고 들어간다.


터키에는 곳곳에 자미라고 해서 이슬람 사원이 많이 건축되어 있다.우리나라가 어디에 가든 교회가 보이듯이 터키에선 자미가 일상생활이다.사원입구 근처에는 발을 씻는 장소가 있는데 자미에 들어갈때 발을 청결히 하고 기도에 임하겠다는 의지인것 같다.추운날씨임에도 여기서 발을 씻고 있는 이슬람교인들이 눈에 띄었다.그건 그렇다손 치고,블루모스크의 내부를 못볼바에야 마땅히 주변에 볼것도 없고,간단히 요깃거리를 해결하기로 했다.일찍이 알아둔 유명하신 고등어케밥(!)을 먹기로 했다.갈라타교로 가는 최단거리를 모르기때문에 일단은 귤하네공원쪽으로 발길을 돌렸다.공원으로 가는길은 소피아성당 뒷편 톱카프궁전을 끼고 보스포러스해협까지 쭉 이어져 있다.공원 규모는 정말 크다.끝에서 끝까지 30분이상은 걸은것 같다.문제는 고등어케밥을 판다던 노점을 공원 출구쪽에서 찾지 못했다는 것!

공원의 보스포러스해협쪽에서 판다던 고등어케밥은 눈에 띄질 않았다.길을 한참 헤매고 있을 때였는데,왠 관광객으로 보이는 남자가 내게 지도를 펼쳐보이며 길을 물어왔다.
그때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덩치 큰 터키남자가 갑자기 나타나선 자기 신분증을 내 앞에 내밀었다 감추더니 자기를 경찰(폴리스)이란다.딱 봐도 경찰티 안나게 생긴 자식이 '패스포또,패스포또'이러는데,내 여권을 보여달라는 것 같다.옆의 관광객(진짜 관광객인지 의심된다)은 '오,패스포또'이러며 맞장구쳤고,자기 여권을 꺼내는 시늉을 한다.난 그네들이 사기꾼처럼 보여 발길을 돌리려는데 자칭 경찰이라던 친구가 날 한번 밀치더니 '미,폴리스!'이런다.어이,이봐~친구.경찰이면 경찰답게 굴어야지...(강압적으로 보이면 경찰처럼 보일 줄 알았나보다)
난 그네들 손을 뿌리치치고 한걸음 달아났는데 뒤를 돌아보니 온데간데 없어졌다.생각해보니 둘 다 한패인거 같다.관광객 대상으로 여권갈취를 하는 범죄행위가 터키에서 요새 기승이란다.특히 한국인이 범죄표적이라는데 이유가 국내여권이 중국시장에서 값비싸게 팔리기 때문이라나.쩝.사전에 이런정보를 알고 갔었기에 망정이지,안그랬다면 혼쭐나게 당할뻔 했다.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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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갈라타 타워가 보인다


보스포러스해협에서 갈라타교가 보이는 곳까지 무작정 걸어가보기로 했다.해협을 끼고 금각만까지 한참 걸었을까.고등어케밥을 위한 원정은 시르케지역 앞의 하렘행 부두까지 이어졌다.하렘행 부두 옆으론 다른곳으로 가는 부두가 나란히 붙어있다.이곳은 페리선 선착장이다.하렘의 오토카르로 가기 위해선 이곳 부두에서 제톤을 구입하고 페리선을 타야한다.
이스탄불 날씨가 워낙 흐리고 바람도 거세서 이날도 코를 연신 훌쩍대며 걸었던것 같다.공원에서부터 1시간은 넘게 걸었을까?

갈라타교 근처는 아니지만,하렘행 부둣가에서도 고등어케밥을 팔고있다.가격은 3리라.
이스탄불의 모든 고등어케밥 가격은 3리라로 통일된 거 같다.고등어케밥을 먹고 싶다면 갈라타교 근처 부둣가까지 와야 한다.여기 아니면 고등어케밥을 먹을길이 없다.예전에 노동자층을 위해 값싸게 만들어 팔던 고등어케밥이 관광객(특히 한국인)에게 인기를 끌자 다리 근처에서 이 케밥만을 전문으로 파는 노점이 생겨났다.터키인들은 원래 생선요리를 잘 안먹는단다.고등어케밥을 팔고 있는 노점들은 시장통마냥 손님끌기로 열심이다.보통,고등어케밥은 콜라랑 함께 먹는게 규칙처럼 정해졌지만 그냥 케밥만먹어도 충분히 배부르다.요새는 터키현지인들도 자주 먹는거 같다.
(수많은 갈매기때가 나뒹굴고(?) 있는 갈라타교.그 밑으론 녹조낀 더러운 바닷물이 넘실대고 있다.그리고 그 위 다리 난간에선 낚시꾼들이 연신 낚시바늘을 드리우고 있었다.설마 여기서 잡은 고등어는 아니겠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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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케밥


터키식 바게트 사이로 튀긴 고등어랑 양파를 넣는다.그릴위에서 막 구운 고등어를 큰 가시만 발라내고 빵속에 집어넣는다.먹기 전 소금으로 간만 맞추면 끝.가끔 가시많은 녀석이 걸려들어 계속 뱉어내야 하는 수고도 있지만 그게 또 고등어케밥 먹는 재미다.
생선과 빵의 부조화지만 맛이 정말 환상적이다.내가 먹은 터키 음식중 단연최고는 이 녀석이다! ㅜ.ㅜ (고기요리가 질릴때면 이 고등어케밥이 더 땡긴다)

케밥을 먹고난 뒤 귤하네 공원쪽으로 거슬러 올라갔다.공원은 올때처럼 한가했다.이스탄불의 대표적인 명소이자 터키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공원이라지만 계절은 못속이나 보다.다시 입구로 나오자 옆에 톱카프 궁전으로 올라가는 샛길이 보였다.오늘은 제시간에 톱카프 궁전에 입장했다.화려한 성채입구가 있고 그 바깥에 넓게 조성된 공원이 바로 제1정원이다.정원 한켠에는 매표소가 있다.제1정원에는 성 이레네교회가 있는데,동로마제국(비잔티움)시대에 총주교좌 성당으로 쓰였지만 지금은 콘서트장으로 용도가 바꼈다고 한다.

매표소 주변으로 한국인 패키지투어팀이 여럿 보인다.한국인뿐 아니라 일본인,중국인 투어팀외에도 아시아계 배낭여행객들이 눈에 많이 띈다.톱카프는 돌마바흐체 궁전과 더불어 오스만투르크제국의 대표적 궁전중 하나라서인지 유명세만큼이나 방문객 수도 상당한 편이었다.제2정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개찰구가 있는데 매표소에서 10리라를 주고 구입한 표를 넣어다 빼면 들어갈 수 있다.이런 입장방식은 터키 유적지 어딜가나 똑같다.입구로 들어서면 제2정원이 눈앞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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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이레네 교회, 아야소피아가 세워지기 전의 총 주교좌 성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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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정원 입구(중문, 예절의 문)


마치 디즈니랜드의 놀이시설 입구를 연상시키는 예쁜 문을 통과했더니 또다른 정원이 날 기다리고 있다.이곳엔 술탄의 조리를 담당했던 주방과 술탄이 회의를 집전했던 회의실 그리고 무기창고가 있는데 그 유명한 이슬람의 대표적 상징중 하나인 하렘의 입구도 제2정원에 있다.

톱카프궁전의 톱카프는 '대포의 문'이란 뜻인데,15세기 중반 술탄 메흐멧2세가 완성했고 이후 400년간 제국의 심장역활을 했다.알려졌다시피 돌마바흐체 궁전이 그 후세대를 이었다고 한다.톱카프궁전은 곳곳에 이슬람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솔직히 말해 예쁜 입구만큼이나 내부시설도 화려한 편이지만,돌마바흐체 궁전의 화려함과는 격이 다르다.그냥 무미건조한 느낌이랄까.솔직히 말해 볼 건 없다.보스포러스 해협이 한눈에 보이는 멋진 전망을 갖춘 제4정원의 아기자기함이 그나마 인상적이다.쿄슈큐라고 해서 정자가 곳곳에 있는데 예전의 궁중사람들은 이곳에서 휴식을 취한것 같다.하렘이 인기가 많지만 막상 보고나온 분들 반응이 썩 좋지 않아서 입장은 포기하기로 했다.(물론 10리라의 입장료를 추가로 내야한다는 사실이 영 내키지 않았다.아끼고 또 아껴야 하는 배낭여행자의 초심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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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탄을 위한 조리를 담당했던 주방,그리고 주방기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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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정원 (정자가 있는 작고 아름다운 정원이다)


제4정원은 조용했다.작은 정원은 소박하지만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제4정원 바로 밑으론 로칸타가 있는데,보스포러스해협을 내려다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다.물론 보스포러스에서 날아오는 찬바람을 직통으로 맞을 준비가 되어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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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예니바탄 지하저수지를 찾았다.톱카프 궁전을 빠져나와 아야소피아성당 맞은편에 지하저수지 입구가 있다.막상 가보면 크게 예니바탄이라고 적혀있지만,입구자체가 눈에 잘 안띄는곳에 있어서 약간 길을 헤매기도 했다.현지인들한테 물어물어 겨우 도착.이곳의 입장료도 10리라다.대신 검표를 하지 않지만 표를 사고 지하저수지로 들어가야 한다.원래는 저수지인데,지하궁전으로 더 유명한 예니바탄은 비싼 입장료만큼이나 웅장하지만 관람시간이 채 10~20분도 안되는 곳이라 너무 입장료가 비싼 게 아닌가 불만이 나올법 했다.유명하신 메두사의 머리도 있지만,하도 사진으로 많이 봐 온 장소라 그런지 새롭게 느껴지진 않았다.그냥 다녀왔다는 데 의미가 큰 예니바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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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저수지 물 안에는 잉어가 살고 있다.동전도 있다.우리나라 동전도 있을까?^^


추운날씨때문인지 따뜻한 한국음식이 먹고 싶었다.이스탄불에 온 지 이틀밖에 안 되었는데,벌써부터 이러면 곤란한데.후훗.서울정의 주인집 아저씨는 내 얼굴을 기억하고 계셨다.육개장백반이 여기선 24리라,우리돈으로 약 15,000원정도 한다.비싼금액이지만 타지에서 먹는 한국음식이니 별 수 있을까.가격만큼 음식도 푸짐하다.한국에서 먹는 음식만큼 반찬이 푸짐한건 아니지만,육개장과 밥한공기 먹고나면 속이 든든할 정도다.후식으론 레몬도 나온다.한국식당은 패키지투어팀으로 만원이었다.한국식당이 투어팀의 한식을 담당하고 있는 모양이다.난 버스시간이 한참 남아 식당 1층 로비에서 주인집 아저씨 내외랑 이런저런 여행이야기도 나누고 KBS뉴스도 보면서 시간을 때웠다.9시 30분즈음,픽업이 나오기로 했다.그 전에 다음을 기약하며 식당을 나왔다.투어앞 화단에 앉아 있으려니 내 옆으로 개 한마리가 오더니 드러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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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서 먹는 한국음식(그날이 구정이라 떡국이 서비스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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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길거리엔 개,고양이가 참 많다


30분이 되기전 작은 승합차가 투어회사 앞에 도착했다.사프란 로고가 적힌 승합차다.아마 이 차가 사프란사의 픽업용 차량인 듯 하다.이 차는 동양호텔옆 하나로여행사 앞에도 한번 멈췄고 그 앞에서 한국인 여성 배낭여행자 한 분도 동승했다.한국인은 이렇게 둘이서 사프란볼루행 사프란버스를 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