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전우"를 보았습니다.
제가 기대치가 많이 높았던 걸까요.
실감 나야 할 전투 장면이 그냥 치고받는 동네 패싸움처럼 보였고,
처절해야 할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손발이 오그라들 만큼 부담 그 자체였습니다.
사실성이 모자랄 수밖에 없었던 주요 패인은 여러 개가 있지만,
그 중 몇 개 짚고 가자면, 우선 몰입 감을 저해하는 카메라 촬영 기법에 있습니다.
시청자로 하여금 실제 전장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켜야 함에도,
드라마 "전우"는 촌스럽기 짝이 없는 촬영기법 덕분에, 마치 "사극"을 가장한 전쟁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불편한 기분마저 들게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중공군이 밀고 내려오는 장면인데, 카메라가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훑고 지나가는 씬이 있습니다. 혹자는 뭐가 대수냐? 라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애당초 이건 말도 안 되는 겁니다. 웅장하고 장엄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이 장면을 넣었다면 큰 패착입니다. 철저하게 아군 처지에서 이야기를 전개할 거면 카메라 역시 아군 입장에서 상황을 조명하고 관찰할 것이지, 전지적인 시점에서 적군의 동태까지 일부러 다 보여줄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촌스럽다는 것! 아무리 현대적으로 리메이크 작품이라지만 전투씬에 과도한 CG는 웬 말입니까.
하도 어색해서 이게 작품성의 절반은 깎아 먹고 들어가더군요. CG를 쓸 거였으면 배경 색감을 리터칭 하면 좋았을 텐데, 특히 현대극을 보는 것 같은 지나치게 깨끗한 화면이 분위기를 깨먹습니다.
"BOB", "퍼시픽"은 적군인 독일군과 일본군의 동태를 여실히 다 보여주지 않습니다.
아니, 실제 전장에선 아군의 누구도 적군이 지금 어떤 짓거리를 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지요. 사실성의 문제입니다, 이건.
그러므로 북한군 진영 캐릭터를 드라마의 주축으로 등장시킨 것부터 썩 달갑지 않았습니다.
아, 참. 그리고...
그 좋다는 레드원 카메라를 100% 활용한 장면이 고작 평양 시가전에서 최수종님의 슬로우 모션 뜀박질이라니.
일단 촬영에 대한 부분만 딴죽을 걸었지만. 나머지는 시간 나는 대로 천천히 할까 합니다. 밤이 깊었군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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