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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Diary/영화를 보고나서

고지전, 한국 전쟁영화의 고지를 넘다

몇 해 전부터 TV를 비롯한 각종 미디어에서 유독 한국 전쟁을 다룬 픽션/논픽션물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TV 드라마 장르에서 잘 다루어지지 않던 6·25 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이 MBC, KBS1에서 거의 같은 시기에 방영했고, 극장 상영관엔 포화속으로가 내걸렸습니다. (...물론 개차반 같은 설정과 고증 안 된 의상, 손발이 오글거리는 내용 전개 때문에 역시 한국에선 BOB 같은 전쟁 물을 기대하긴 이르다…는 자조 섞인 반응만 이끌어 냈지만..)

앞으로 상영될 작품군 중에는 장동건과 오다기리 조가 출연하는 마이웨이, 롭 코헨 감독의 1천억 원 대작 1950도 있군요. (...뉴라이트가 인천상륙작전을 소재로 200억 들여 영화 만든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소문만 어느덧 3년째...) 고지전이 블록버스터 1위를 수성중입니다. 어쩔 수 없이 적과 동지로 서로 총부리를 겨눌 수밖에 없었던 한 시대의 비극적인 영웅들을 기리기 위한 감독의 냉철한 시선이 빛을 발한 작품이었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싸구려 커피맛 같던 기존 국산 전쟁 드라마/영화의 씁쓸함을 버리고, 실제 전쟁 현장을 눈앞에서 보는 것 같은 사실적인 병영 장면이나 수준 높은 전투장면, 그리고 고지 탈환 작전은 절로 주먹이 쥐어질 만큼 격함 그 자체였습니다. (..특히 애록 고지에서의 롱테이크 전투장면은 에너미앳더게이트에서 소련군의 우라 돌격,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보는 것 같은 장엄함이 느껴졌습니다..)



전쟁 영화는 장르의 특성상 그동안 충무로에서 외면받는 장르였지만(..제발, 기껏 끌어모은 돈 가지고 엉뚱한 데 쓰지 말고 제발 고지전 같은 영화 만드는 데 전력하자), 이 작품을 기점으로 수준 높은 전쟁 물이 마음껏 양산되는 시발점이 되었으면 합니다. 한국 전쟁영화의 마지노선, 즉 고지를 넘은 장훈 감독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단, 김옥빈의 새하얀 얼굴 화장과 일부 군인들의 미백 교정을 받은 것 같은 깨끗한 치아는 '추노'에서 이다해의 분칠 화장을 보는 것만큼이나 골 때리는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