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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Diary

내 정치적 성향은 이제 없다


나도 한때는 광적으로 정치적 이슈에 민감할 때가 있었다.
다음 카페가 한창 유행하던 2000년대 초반에는 열린우리당을 반대하는 카페를 다음에 만들고,
나 스스로 안티 진보임을 자명했다. 지나치게 드셀 정도로 활동한 탓인지 보수 언론엔 내 실명으로 인터뷰가 실린 적도 있다.
그리고 몇 해가 흘러 그동안, 군대도 전역하고 학교도 졸업했으며 이제 직장인 노릇을 하고 있다.
그리고 차츰 내 정치적 성향이 좌와 우, 둘 중 어느 쪽에 치우쳐 있는지 감조차 잡을 수 없게 되었다.
사람들이 왜 20대 초반이 한창 혈기왕성하고 이슈에 민감하다고 하는지 이제야 알 게 된 것 같다. 적어도 이날 이때까지,
나 스스로 보수 진영의 한 구성원임을 내심 자랑스러워 했다.
빨갱이에 맞서 보수 세력의 젊은 지도자가 되겠다는 얼토당토않은 어릴 적 꿈도 있었다.
그 꿈은 이제 저 멀리 먼지처럼 날아가 버린 지 오래지만. 세상 풍파와 미래를 생각하자면,
지금 내 일과 가족 일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쁠 수밖에 없다. 가만히 있어도 마음에 조금의 평화도 허락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나 같은 부질없는 생각에 빠져 버린 불쌍한 중생들을 구제하기에 이 나라 정치는 딴 세상 협잡꾼들의 놀음판과 다름없다.
정치인도 일개 사람이라고 우리네 욕심과 하등 다를 게 없겠지만, 알 수 없는 괘씸함은 좌이건 우이건 간에 정치 혐오증을 불러온다.
그리고 심심풀이 삼아 요구르트 마시며 뉴스를 시청하고 있노라면 저들의 말싸움에 여의도가 늘 시끌벅적한 것이,
여의도 집값을 떨어트리지 않는다는 게 참 가상할 노릇이다.



한때 이런 비난을 진보 진영에 쏟아 내던 적이 있다. 한총련의 예를 들며,
그들의 정체성은 젊은 혈기에 생겨난 것이며, 언젠가는 뒤돌아보며 후회하게 될 젊은 날의 치기가 될 것이라고.
그런데 내가 똑같이 내 젊은 날의 모습 앞에 한없이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니. 점점 바보가 되어 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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